202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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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C Story

영화 생태계, 전방위로 재편되고 있다

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성찰된
글로벌 영화 산업 동향 및 이슈

글, 사진 _ 유수지(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 연구원)

2025-06-16

2025년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동시에, 산업 전반이 직면한 위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장이기도 했다. 매년 칸영화제 기간, EAO(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가 마르셰 뒤 필름(Marché du Film)과 함께 발표하는 FOCUS 보고서는 전 세계 영화 산업의 현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 리포트다. 올해 발표된 ‘FOCUS-2025년 세계 영화 시장 동향’(이하 FOCUS 2025)에서는 팬데믹 이후 다섯 번째 해를 맞은 글로벌 영화 산업이 완전한 회복에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회복의 늪에 빠진 세계 영화 시장 2024년 전 세계 극장 관객 수는 약 48억 명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68% 수준으로, 2023년 74% 수준이었던 회복세가 오히려 후퇴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22%), 북미(-7%), 인도(-6%) 등 주요 시장의 관객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이 전체 수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약 281억 유로(약 43조 5000억 원) 규모의 전 세계 극장 매출 역시 팬데믹 이전 대비 25% 정도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산업 전반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회복률 격차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2019년 대비 북미는 62.2%, 중국 58.3%, 한국 54.2%로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유럽은 74.5%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프랑스는 85.4%까지 회복해 유럽 내에서도 가장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크린 수의 확장 추세다. 전 세계 스크린 수는 2024년 약 21만 7000개로 전년 대비 약 1.4% 소폭 증가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약 20만 개)과 비교하면 약 8.5% 증가한 수치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관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인프라는 꾸준히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전체 스크린의 42%를 차지하며 여전히 글로벌 스크린 수 증가를 주도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일부 주요 국가에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2024년 전 세계 극장 관객의 81%가 미국(44%), 인도(20%), 중국(17%)의 영화에 집중되었다. 특히 미국영화는 강력한 국제 배급망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부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된다. 유럽 내 미국영화의 점유율은 여전히 63%로 높지만 전년 대비 6% 감소한 반면, 유럽영화 점유율은 33%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는 와 같은 자국 영화가 합산 2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자국 영화 점유율이 44.8%에 이르렀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 중 하나로, 미국영화보다 프랑스영화가 더 빠르고 견고하게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FOCUS 2025’의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팬데믹이 단기적 충격이 아닌, 영화 산업의 구조를 바꿔놓은 지속적인 변화 요인이라는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완전한 정착과 관객의 관람 패턴 변화 등은 영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환경 변화를 초래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2025년 칸영화제는 이러한 도전 과제 속에서 영화 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다양한 콘퍼런스 세션들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 중심에는 변화하는 투자 환경과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 인공지능(AI)을 통한 창작 생태계 패러다임 변화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FOCUS 2025’ 이벤트 프레젠테이션



글로벌 영화 산업 파이낸싱:
변화의 흐름 속 기회는 어디에?
칸 마켓에서 열린 자금 조달 및 투자 관련 포럼에서는 영화 제작·배급 생태계 전반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세제 환급과 각종 인센티브는 점점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세일즈 시장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 선판매 시장의 라이선스 피(License Fee) 감소는 실질적인 제작 예산의 축소로 직결되고 있으며, 많은 제작사들이 동일한 자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로듀서들은 더 적은 예산으로 더 강력한 패키지를 만들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2025년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 전경



한편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의 유통 모델은 이미 정점을 지나 재조정을 국면에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는 배급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전 세계 판권을 일괄 구매하던 ‘월드와이드 플립(Worldwide Flip)’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영화 스트리밍 시장이 위축되면서 넷플릭스 등에서 미국 내 판권만 구매하거나, 스튜디오에서 국가·지역별(Territories)로 분할 판매하는 방식이 다시금 확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배급사들은 단순한 선판매를 넘어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초기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핵심은 여전히 ‘콘텐츠 우선주의’지만, 이제는 단순한 ‘좋은 이야기’ 이상의 ‘패키징 완성도와 시장성’을 요구받는다. 실현 가능한 예산과 자금 조달 플랜, 명확한 배급 전략 등이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단일 작품보다 여러 프로젝트를 묶은 ‘슬레이트 투자’가 선호되는 추세다. 사모펀드(PE)도 이러한 포트폴리오 접근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재무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선 50편 규모 이상의 슬레이트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단일 제작사 슬레이트 방식과 달리 다양한 제작사와 프로듀서의 작품을 묶어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 로, 투자자 접근성과 리스크 분산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다.

자금 조달 방식도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FilmHedge와 같은 회사는 신용 기반이 아닌 프라이빗 크레디트(Private Credit) 방식을 운영하며, 확정적으로 체결된 프로젝트의 현금흐름 계약(세금 공제, 선판매, 배급 계약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넌뱅크(비은행) 금융사를 통한 대출은 은행보다 이율은 높지만 신용도, 기존 거래, 영화 프로젝트 완성 보증(Completion Bond) 필수 등 자본 규모나 규제 수준에서 낮기 때문에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신인 제작자나 중소 규모 프로젝트에도 현실적인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하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자금 조달을 위해 지식재산권(IP)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더욱 혁신적인 것은 팬 기반 투자 플랫폼의 등장이다. Republic과 같은 플랫폼은 일반 팬들이 영화 제작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기부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비공인 투자자도 지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한 것으로, 초기 단계부터 관객을 재정적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여 홍보와 흥행을 유기적으로 연동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시장에서는 스타트업 자금 조달 모델과 유사하게 영화 프로젝트를 여러 개의 스토리 조각 단위로 분할해 각각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나, 영화 수익 실현 전에도 투자자 간 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 마켓플레이스 개념까지 도입되고 있다.

투자자 프로필도 변화 중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메이저 스튜디오와 미디어 기업이 주축이었다면, 이제는 테크 기업, 부동산 투자자, 사회적 임팩트 투자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와 유럽의 신흥 제작사들은 스타 배우와 감독의 네트워크, 기존 파트너사의 추천 등 ‘관계 기반’ 투자 구조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자본 구조의 변화 속에서 글로벌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세계 각국의 소프트파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자국 내 제작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유럽은 고도화된 세액공제·환급 시스템을 통해 적격 지출액의20~35%까지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현지 법인 설립 없이도 제작이 가능하며, 이탈리아는 양도 가능한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해 제3자 판매를 허용하고,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는 최대 54%까지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 비율과 유연성 측면에서 국가별로 차별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도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으로 현금 환급(Cash Rebate) 제도를 강화하며 적극적인 외국 제작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국가 간의 공동제작 사례 발표를 통해서는 오늘날 국제공동제작에서 세무·법률·계약 구조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각국의 부가가치세(VAT) 제도나 환급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사전에 지역별 제도와 법적 요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제작비 손실을 막고 인센티브를 극대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영화 산업 침체 속에서 영화 산업 파이낸싱은 빠르게 진화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변화하는 자본 구조와 정책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하는 자만이 이 복잡한 지형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ow Talent Drives Investment
- 유명 배우, 강력한 IP가 투자 유치를 이끄는 실제 사례를 분석하는 시간

International Film Finance Forum
- 제작배급 시장 현황, 투자 및 자금조달 방식 등을 논의하는 시간



AI, 영화 제작부터 투자까지,
창작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AI는 올해도 세계 영화계의 중심 화두였다. 특히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AI가 의사결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가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의 투자 전략 수립부터 마케팅, 시장성 예측에 이르기까지 AI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짧은 시간에 스토리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혁신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argo.ai(콘텐츠 데이터 분석)’, ‘Cinelytic(콘텐츠 데이터 분석)’, ‘Callaia(대본 분석)’와 같은 AI 기반 분석 툴은 시나리오 분석, 장르별 수익 예측, 캐스팅 조합의 시장 반응 분석, 재무 및 배급 전략 지원 등 다양한 의사결정 영역을 지원한다. 이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자 설득력과 마케팅 전략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소 제작사나 신흥 시장의 제작자들에게 특히 유리할 것이다. 예산과 인프라가 제한된 환경에서도 AI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수익 모델링과 글로벌 배급 전략 수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칸 넥스트 2025(Cannes Next 2025)’는 AI가 콘텐츠의 창작 영역에서도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해까지 고화질 모델이나 포토리얼리즘 구현이 주요 관심사였다면, 올해는 AI를 통해 창작자의 비전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AI는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 시나리오 구조화, 스토리보드 및 애니매틱 제작, 로케이션 시뮬레이션, 후반작업 자동화 등 거의 모든 제작 공정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시리즈 <다윗의 왕국 House of David>(2025)의 사례와 같이 실사 촬영과 AI 생성 영상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이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작업 효율화뿐 아니라 연출과 현장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는 혁신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단순히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도구’에서 나아가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보완하며 사고의 확장과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협업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AI 기술에 대한 과도한 환상은 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분명했다. PLAYBOOK PLBK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티나 리 스톰(Christina Lee Storm)은 “AI를 값싸고 쉬운 해결책으로 오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고품질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숙련된 아티스트와 정밀한 후처리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AI는 프롬프트에 반응하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보완하며 창의적 확장을 돕는 협업자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과 법적·윤리적 측면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AI 생성 콘텐츠는 그 자체로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인간의 창작적 개입을 입증하기 위한 상세한 제작 과정 기록(로그북) 작성이 필수로 요구된다. 배우의 초상권과 음성 데이터 사용에 대한 사전 동의 확보, 오픈 AI 모델 사용 시 전체 대본 공유 금지 등이 핵심 준수 사항으로 제시되었다. AI 기반 음성 합성 기술을 제공하는 AI 스타트업 Respeecher는 음성 기술의 윤리적 활용을 위한 4C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서 4C는 목소리 소유자의 명시적 동의(Consent), 음성 사용 방식의 통제권(Control) 보장, 모두에게 공정한 크레디트(Credit) 제공, 디지털 복제나 라이선스 사용 시 금전적 보상(Compensation)을 말한다. 현장에서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 조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며, 이는 법보다 산업 내부의 책임 윤리로 먼저 정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한편,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은 결코 대체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핵심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AI 툴이 점차 직관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사용자는 연출, 편집, 내러티브 구성과 미장센에 대한 기본 감각을 갖춰야만 AI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Google DeepMind의 크리에이티브 리드인 매튜 로레인(Matthieu Lorrain)은 “특히 35~45세의 경력 있는 창작자들이 기존 경험과 AI 기술을 결합해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영화 학교와 교육기관들은 소프트웨어 교육뿐만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창작 생태계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의 커리큘럼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AI는 창작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창작자들도 AI를 활용해 로케이션, 배우, 장비 없이도 완성도 높은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특히 SF 장르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존에는 막대한 예산과 복잡한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이 필요했던 우주선, 외계 행성, 미래 도시 등의 시각적 구현이 AI를 통해 간소화되면서, 창작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AI가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드는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기반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영화 제작과 투자,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환경적 혁신이다. 창작의 새로운 문법, 데이터 기반 분석과 예측, 글로벌 진출의 가속화 등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AI가 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현실이며, 우리는 이미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모색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다양한 영화에 활용되는 AI 음성 기술에 대한 발표

 생성형 AI 영화들



접점을 확장시킨 노력

칸에서 열린 KO-PICK 쇼케이스

글 신도원(영화진흥위원회 국제교류팀 대리)

최근 세계 영화 산업에서는 여러 국가의 제작자(사)가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을 조달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고전적인 의미의 국제공동제작을 벗어나는 방식의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의 다양한 영화진흥기관들은 기존의 국제공동제작 펀드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지분 기여도가 아닌 경우에도 지원 기회 및 국적을 부여받을 수 있는 마이너리티 국제공동제작 펀드(Minority Co-production Fund)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오롯이 외국 자본으로 제 작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타 국가의 인력이 창작적 영역에서 기여하는 등 국가를 초월하는 협업 또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2024년부터 ‘코픽(KO-PICK)’이라는 브랜딩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성에 입각한 한국영화 해외 진출 지원을 추진해 왔다. 과거 영진위가 추진해 온 프로젝트 기반의 국제공동제작 혹은 기획 개발 지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정형화되지 않은 여러 형태의 해외 진출을 희망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창작·제작자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해외 진출 및 네트워킹 기회를 부여하는 사업이다.

더불어 영진위의 ‘KO-PICK 쇼케이스’ 사업은 최근 세계 영화 산업의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이 가진 훌륭한 이야기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활로와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국내외 다양한 국제공동제작 협력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제작자들에게 해외의 다양한 잠재적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과 해외의 국제공동제작 혹은 협력제작의 기회를 증가시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영화의 기획 개발 및 제작의 저변을 한국 바깥까지 확대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2024년 칸 필름마켓의 국제공동제작 플랫폼인 프로듀서스 네트워크(Producers’ Network)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같은 해 부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이 신규 추진한 프로듀서스 허브(Producers’ Hub)를 성공적으로 공동 개최했다.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레드시국제영화제(Red Sea International Film Festival, RSIFF), 베를린 국제공동제작마켓(Co-Pro Market)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한국영화 산업과 해외영화 산업의 접점을 확장시키고 있다. (관련 영상 링크: https://youtu.be/zkAhrjVspP4?si=Et_VVoBlpyoy3BjH)

지난해의 협력을 이어, 올해도 칸 프로듀서스 네트워크에 4명의 한국 프로듀서들이 참가했다. 칸 프로듀서스 네트워크 공식 일정을 통해 매일 아침 다양한 국제공동제작 펀드 관계자,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위시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본인들이 보유한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으며, 세계 각국의 국제공동제작 펀드를 통한 제작비 조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영진위의 지원으로 제작할 수 있었던 프로듀서 개인의 홍보 영상 및 홍보 브로슈어를 통해 효과적인 미팅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참여 과정에서 “칸 프로듀서스 네트워크의 인적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될 수 있어 칸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부터 이미 많은 이메일 연락을 받으며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이력이 있는 프로듀서들은 공식 행사를 포함해, 영진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타국의 다양한 영화진흥기관과의 협력하에 개최된 다국적 프로듀서 비즈니스 매칭 행사 또한 참가했다.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내비친 프로듀서들은 “국제공동제작 기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 작품을 피칭해 한국 작품을 통한 상대국의 공공자금을 끌어오는 것의 반대급부 또한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상대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해도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펀딩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상황을 자주 맞닥트리게 되었다고.

영진위는 다양한 국제공동제작 플랫폼과의 협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한국의 프로듀서들이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필요한 많은 형태의 후속 지원을 연계하고 있으며, 제작자뿐 아니라 감독과 작가 등 다양한 한국영화 산업의 인재들을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영진위는 토론토국제영화제와 CJ문화재단과의 협력으로 북미 거주 한국계 창작자의 이야기에 대한 멘토링을 지원하는 ‘K-스토리 펀드(K-Story Fund)’ 사업 또한 지난해 첫 선발을 마친 바 있다. 이렇듯 국가를 초월할 수 있는 K-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도록

2025 한-프 영화 아카데미의 도전

글 이락희(한국경제매거진 기자)

78회 칸영화제에서는 2025년 한-프 영화 아카데미의 프랑스 프로그램도 일주일간 개최되었다. 프로젝트 멘토링이 날마다 진행되었고, 영화제·마켓 공식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생생한 현장 경험도 쌓았다. 프랑스 내에서 평소 프랑스 신진 영화인들과의 교류가 풍성한 시나리오 작가 겸 컨설턴트인 나자 뒤무셸, 파니 부르디노, 나일라 기게가 멘토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프랑스 영화감독협회, 극작가협회 등과의 만남을 통해 산업적 관점에서 네트워크를 넓혔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코랄리 파르자 감독을 비롯해 소피 르투르네르 감독, 라쉬드 하미 감독이 참여한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창작의 동기도 재정비했다.

한-프 영화 아카데미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국가 영화 기관이 주축이 된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영화 부문의 교육, 산업, 문화를 종합적으로 경험하는 동시에 프랑스의 신진 창작자들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영화인에게 해외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문화 콘텐츠 강국인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 영화 기관이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놓아주는 것인 만큼, 글로벌 협력을 꿈꾸는 한국 영화인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시작은 202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와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가 칸영화제 현장에서 양국 간 영화 교육 및 제작 교류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한-프 영화 아카데미’가 출범했고,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와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가 협력해 신진 창작자 중심의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1차 한-프 영화 아카데미는 2023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라 페미스를 비롯한 현지 교육기관과 산업 현장을 두루 탐방하며 프랑스 영화 시스템을 체험했고, 개별 프로젝트 멘토링을 통해 장편 기획의 초석을 다졌다. 이어진 한국 프로그램(2024년 4~5월)은 서울, 부산, 전주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명필름, 블루캡 등 국내 영화 제작 스튜디오들의 현장을 둘러보았으며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인 엑스온스튜디오(XON STUDIOS)에서 직접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영화 촬영 실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성일 평론가, 이창동 감독, 배두나 배우가 참여한 마스터 클래스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1차 한-프 영화 아카데미가 상대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산업 탐방 중심의 교류 프로그램이었다면, 2025년에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보다 실질적인 글로벌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양국의 주요 영화제 기간을 활용해 프로젝트 개발을 촉진하고, 그 결과물을 세계 영화계 관계자 앞에서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는 글로벌 프로젝트 기획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피칭에 참여할 계획이다. 신진 창작자들이 프랑스에 이어 한국에서 진행된 교육을 통해 발전된 장편 프로젝트를 산업 관계자들 앞에 선보이는, 산업과 창작이 마주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프 영화 아카데미는 단순한 교류 프로그램을 넘어, 국제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KAFA는 이에 더해 일본, 베트남 등과의 교육 협력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칸영화제 기간 중 일본의 VIPO(Visual Industry Promotion Organization), 사우디아라비아의 SFC(Saudi Film Commission), 프랑스 라 페미스 등과의 협력 확대를 위한 논의를 병행하며, 국제 교류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글로벌 과정: 공동제작 워크숍’을 통해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교육도 추진한다. 이처럼 한-프 영화 아카데미는 교육, 산업, 문화 교류를 아우르며 한국영화의 국제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경을 넘는 창작자들의 협업은 아직 가시적 성과보다 가능성이 큰 영역이지만, 이 가능성은 머지않아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기적인 운영과 탄탄한 네트워크의 뒷받침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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