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만의 해법을 찾기를
2025 한국영화 결산 – 산업 대담 ①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만의
해법을 찾기를
2025 한국영화 결산 – 산업 대담 ①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서범세(한경매거진앤북 기자)
대담 참석자 _ 권미경(스튜디오N 대표), 김수연(NEW 영화사업부 이사), 김주형(펜처인베스트 상무),
예진해(넷플릭스 글로벌 어페어팀 시니어 매니저), 윤하(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신영(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가나다순)
2025-12-29
진행 _ 김혜선(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서범세(한경매거진앤북 기자)
대담 참석자 _ 권미경(스튜디오N 대표), 김수연(NEW 영화사업부 이사), 김주형(펜처인베스트 상무), 예진해(넷플릭스 글로벌 어페어팀 시니어 매니저), 윤하(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신영(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가나다순)
2025-12-29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 김주형 펜처인베스트 상무,
예진해 넷플릭스 글로벌 어페어팀 시니어 매니저,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김혜선 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 김주형 펜처인베스트 상무, 예진해 넷플릭스 글로벌 어페어팀 시니어 매니저,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김혜선 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아바타: 불과 재>의 관객 수가 합산되기 전이지만, 2025년 극장 총 관객 수는 대략 1억 600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 감소가 장기화되었고, 2025년 특히 1억 명 돌파가 가능하겠느냐고 할 정도로 우려가 컸기에 이 문제를 가장 처음 얘기해보고 싶다. 관객들이 극장을 가더라도 한국영화 소비는 줄고 외화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들을 보이는 상황 속에서 한국영화의 존재감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관객 감소로 인해서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김혜선 (웹매거진 한국영화 편집장, 이하 ‘김혜선’)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이하 ‘권미경’)
극장 관객이 감소한 이유? 볼 만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편수도 적고, 제작 편수도 적으니까. 2024년에 천만 영화가 두 편(<파묘> <범죄도시 4>) 나온 건 볼 만한 영화들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2025년은 그렇지 못했던 거다. 이를 두고 관객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025년 11월 일본에 가서 영화인들과 미팅을 했는데, 일본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박스오피스 규모가 120% 더 커졌다고 들었다. 극장 영화가 계속 잘되고 있다. 우리와 똑같이 코로나19를 겪었고, 일본 내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위력이 세고, OTT 플랫폼이 우리보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일본 친구들이 오히려 묻더라. 왜 한국의 영화 시장이 잘 안 되고 있느냐고. 결국 볼 만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이하 ‘김수연’)
비슷한 의견이다. 큰 스크린에서 집중해서 보고 싶은 좋은 영화의 총량이 줄었다. 또한 레거시 드라마, 시리즈, 유튜브를 포함한 미디어 등 대중이 볼 만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더 에지 있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 같다.
예진해 (넷플릭스 글로벌 어페어팀 시니어 매니저, 이하 ‘예진해’)
극장 관객 수가 줄어든 원인을 넷플릭스 입장에서 얘기하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영화가 2025년 7편 정도 선보였는데, 2024년과는 다른 성과가 있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은 한 해가 된 것 같다.
윤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개발팀장, 이하 ‘윤하’)
권미경 대표의 말씀처럼 ‘볼 게 없다’는 게 맞다. 극장뿐 아니라 IPTV 쪽에서도 화제작들이 없다고 얘기한다. 기존에는 일주일에 한 편 정도 괜찮은 게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한 달에 한 편도 찾기 어렵다고들 한다. 물론 극장 영화가 볼 게 없다는 것에서 연결되는 부분일 것이다. 좋은 작품이 없다는 것이 관객 감소의 가장 우선적인 이유라면, 또 하나의 이유는 관객들이 매우 깐깐하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떤 영화가 호불호가 나뉜다고 하면 일단 가서 보고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아예 안 보러 가는 경향이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소비 트렌드 연구나 홀드백 연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 OTT에서 보는 영화가 구분된다. 꼭 큰 영화들, 사운드나 영상 퀄리티가 중요한 영화들만 극장에서 보는 게 아니다. 화제성이 있는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데, 그렇지 않은 영화는 OTT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보는 경향이 더 커졌다. 2025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관객 수가 <좀비딸>이 얻은 564만 명, 즉 500만 대다. 이런 소비 트렌드가 더 큰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변화된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좋은 영화들을 많이 기획해야 한다.
김주형 (펜처인베스트 상무, 이하 ‘김주형’)
영진위 자료를 보고 다시 한번 확실하게 느꼈다. 박스오피스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줄어들었다. 막연했던 어려움과 힘듦이 이 숫자를 보니 더욱 와닿는다. 코로나19 시절에는 엔데믹이 되면 한국영화 산업이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텼는데 엔데믹 이후 더 어려워지는 현실에 가슴 아프다. 극장 관객 수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이 확실히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극장용 영화는 티켓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가성비로 콘텐츠를 보는 시대에 OTT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극장을 찾지 않는 것 같다.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 이하 ‘이신영’)
극장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앞서 말씀해주신 사항들에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 보러 가자”라고 얘기했다. 요즘은 “무슨 영화 보러 가자”라는 식으로 매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장으로 변했다. 그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콘텐츠들이 다 마찬가지 상황이겠지만 영화 외에도 즐길 거리들이 너무 많아졌다. 해외에 비해서 우리의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이 굉장히 빠른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빠른 사회 안에서의 변화를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조금 냉정하게 바라보면 지금 현상이 ‘뉴노멀’이 된 게 아닌가 싶고, 그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영화 산업의 회복이 더딘 이유를 두고 일본과 많이 비교하기도 한다. 일본은 영화 산업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우리보다 더 적극적인가?
김혜선
권미경
일본 영화계의 홀드백이 우리보다 확실히 긴 것으로 안다. 일본은 영화 개봉 이후 IPTV나 OTT 공개가 빠르지 않다. 홀드백이 어느 정도 유지되니,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일단 극장을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홀드백이 일본 영화 산업을 지탱해주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다음 달이면 어디 OTT에 나오겠지, IPTV로 나오면 봐야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극장을 찾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홀드백은 점점 짧아진다. 극장용 영화를 준비하는 데 스트리밍 회사가 붙어서 극장에서 한 달 걸고 바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시도까지 하려고 한다. 제작비를 스트리밍 회사가 내게 되면 그런 상황은 너무 명료하게 되는 것이다.
예진해
일본의 경우 현지 정책이나 사업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콘텐츠 제작자들이 넷플릭스를 만나는 경우와 상영관 사업자를 만나는 경우를 확실히 분리해 더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권미경 대표님의 말씀대로 일본에는 홀드백과 같은 제도가 있으며, 다소 보수적인 산업 환경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일본 현지 제작사업자들은 물론 정부도 급변하는 OTT나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창작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들이 강하다. 이에 따라 오히려 최근의 정책적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속도는 한국보다 더 적극적이고 빠르다고 느낀다.
윤하
일본 영화 산업의 성장 요인은 아직은 더 살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2024년에는 프랑스 영화 산업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3%가량 회복되면서 굉장히 잘되었다.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프랑스 영화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는데, 첫 번째 대답은 “운이 좋았다”였다. 프랑스 영화 산업은 스크린 독과점 규제 등이 있기 때문에 천만 영화가 잘 안 나오는데, 2024년에 천만 영화를 비롯해 큰 흥행 영화들이 나왔고, 예술영화로 분류되던 작품들이 나머지 박스오피스의 20%를 받쳐주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2025년 들어보니 프랑스 영화 산업도 매우 안 좋다고 한다. 일본 영화 산업이 계속 잘되는 것 같지만, 2024년에는 2019년 대비 59% 수준으로 박스오피스 규모가 줄어들 만큼 안 좋았다.
어쨌든 2025년 일본 영화 산업의 성과가 놀라웠던 것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같은 경우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다른 글로벌 OTT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잠재된 관객들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에 많이 익숙해져서 극장판을 보겠다고 극장을 찾는다. 2025년 일본에서 천만 영화인 <국보>도 나왔지만 일본은 애니 시리즈의 극장판 확대를 통해 하나의 돌파구를 찾지 않았나 싶다. 결국 일본 영화 산업의 지탱 요인을 홀드백으로 보기보다는 콘텐츠의 힘이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 2026년에 일본 영화 산업과 공동제작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 영화 산업의 활황 요인을 심도 있게 분석해봐야 될 것 같다.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2026년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 부문
후보에도 오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제공=CJ ENM)
제작 개봉 편수 축소? 중요한 건 재미
김주형
그럼 팬데믹 이후, 코로나19 이전의 좋은 수치에 가장 근접했던 해의 극장 총 관객 수가 어느 정도 되나?
윤하
1억 2천500만 명 수준이다.
김수연
2013년도부터는 극장 총 관객 수가 2억 명이었고, 코로나19를 거쳐 2023~2024년이 약 1억 2천만 명 정도 되었다. 이는 2005년도 극장 총 관객 수와 같다.
권미경
2억 명일 때가 오히려 더 비정상적인 것 아닌가.
윤하
2019년 당시엔 1인당 연간 관람 횟수가 4.37회로 전 세계 톱에 해당하는 수치를 보였다.
권미경
그렇다면 총 관객 수치와 제작, 개봉 영화 편수를 비교 분석해보면 어떨까 한다. 극장 총 관객 수가 2억 명에 달했던,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기에는 제작 영화 편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엔데믹 이후 2024년과 2025년을 보면 지금 제작되는 편수로 이 정도 관객 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야구에 비교하자면 타석에 서서 공을 보고 치는 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역할이다. 어느 날은 삼진 아웃이 될 수도 있고 어느 날은 1루타, 만루 홈런도 될 수 있다. 어쨌든 타자가 타석에 서야 타율이 나오지 않나. 타자가 타석에 서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홈런을 치고 타율을 높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콘텐츠는 흥행 산업이다.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져서 그 안에서 히트를 치는 작품의 볼륨이 나머지 빈 부분을 채워주는 비즈니스 구조다. 그런데 다들 너무 몸을 사리니까 타석에 설 기회 자체가 없고, 혹시라도 실패하면 더 심각해지는 구조가 되어 있다.
김주형
영화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들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영화 산업이 더 이상 투자 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도 기사를 통해서 한국영화의 어려움과 산업 규모 축소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하고 실제로 리포트를 받고 있으니까. “영화에 투자를 하거나 영화 펀드에 출자를 하는 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극장 관객 수 회복률이 -30%에서 -40%였고, 2025년은 -50% 가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건 마치 어떤 학생이 코로나19 직전 연도인 2019년에 시험을 너무 잘 본 것과 같다. 그때 하필이면 모든 과목을 다 100점을 맞아서 1등을 했다. 그 이후에 추이를 보니 이 학생은 평균 성적이 70~80점대다. 하필이면 코로나19 직전에 100점을 맞는 바람에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했을 때 항상 최고 성적의 데이터가 기준이 되어 버린 거다. 꼬리표처럼.
그러니까 코로나19 이전 2019년에 극장 총 관객 수 2억 명을 찍었을 때는 다양한 흥행작들이 나와서 제작사들의 타율이 올라갔고 모든 환경과 운도 좋았다. 하지만 이 기준이 우리의 절대적 지향점이 아니지 않나 싶다. 이제는 기준을 어느 정도 평균 점수대로 내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극장 관객 감소 장기화가 당연해진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침체되지 않으면 김주형 상무가 말씀하신 그 평균을 간신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26년은 2025년보다 개봉 편수나 제작 편수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되니, 2025년의 극장 관객 수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다들 2026년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김혜선
이신영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투자해서 2026년 개봉할 영화는 두 편 정도다. 그리고 이전에 제작해 놓았던, 내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인 ‘창고 영화’가 네 편 정도 개봉 예정이라서 총 여섯 편 정도 될 것 같다. 다른 투자배급사들은 우리보다 2026년 개봉 편수가 더 적은 것으로 안다. 롯데도 2026년에 개봉하는 두 편 신작 외에 현재까지 투자가 확정된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지금 재원이 너무 부족하다.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에 대한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가 너무 어렵다. 물론 신규 작품에 대한 투자를 아예 멈춘 건 아니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투자도 고려할 텐데, 예전만큼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 매우 까다로운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하고 투자를 진행할 것 같다.
김수연
NEW는 세 편이다. 2025년보다 더 적다. 2026년에 전반적으로 개봉 영화 편수가 많이 줄 거다. 지금 촬영 중인 영화도 거의 없기 때문에.
권미경
다들 알다시피 나는 CJ엔터테인먼트 시절에 10년을 몸담았다. ‘라떼(나때)’ 이야기가 되지만, 그때는 한 달에 영화 한 편씩 개봉했다. CJ엔터테인먼트 작품만 1년이면 열두 편인데,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와 개봉일 잡느라고 매번 싸웠다. 여름 시장의 큰 작품들은 서로 논의해서 7월 말 8월 초에 개봉 순번을 정리할 만큼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작품을 쏟아냈다. 지금은 여러 투자배급사들의 작품을 다 합쳐도 한 회사에서 나오는 것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2025년이 아니라 2026년이 더 무섭다.
개인적으로 극장이 무너질까 봐 가장 걱정이다. 영화를 볼 곳이 없어지니까. 지금 롯데시네마와 CJ CGV가 대기업이니까 버티고 있는 거다. 이들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 내가 제작자이니 쥐가 고양이 걱정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극장이 없으면 영화를 걸 데가 없어진다. 영화 산업을 생각했을 때 극장을 위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기업 친화 정책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극장이 고용하는 인력도 상당하다. 그들도 극장이 살아야 존재할 수 있다.

한국영화 개봉작 수가 줄어들면서, 관객이 극장에서 볼 한국영화를 찾기 힘든 한 해였다(제공=한경DB)
윤하
단순하게 개봉 편수의 축소보다는 화제작이나 대규모로 관객들을 끌어올 수 있는 텐트폴 영화의 축소가 더 위기이지 않나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2025년 상업영화가 20편도 안 된다고 한다. 영진위 통계 기준으로 보면 보통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작품들을 상업영화로 정의한다. 그렇게 보면 상업영화 편수는 2024년에 비해서 크게 줄지는 않았다. 그런데 2025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관객 규모가 500만 명대이다 보니,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200만~300만 명을 타깃으로 하는 것도 약간 부담스럽게 여긴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소 투자배급사들은 30억 원에 100만 명, 60억 원에 200만 명 정도를 타깃으로 해서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기획을 한다. 그러면 계속 영화를 좋아해 온 관객들은 그 영화를 찾아가서 볼 수 있겠지만, 영화를 잘 안 보거나 콘텐츠에 깐깐한 관객들까지 불러 모으기는 어렵다. 2026년이 걱정되는 이유는 큰 규모의 작품들이 적다는 것이다. 중예산 영화들의 편수는 2025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수 있겠지만 관객몰이를 할 수 있는 대형 작품들은 2025년보다 확실히 적을 것이다. 지금 외화가 12월 한국 극장가를 주도하고 있다. 외화 텐트폴은 성수기에 여전히 개봉하고 있는데 한국영화는 그게 어려운 상황이니 전체적으로 산업이 축소되지 않을까 싶다.
김수연
텐트폴 영화가 있어줘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산업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텐트폴 영화 혹은 천만을 기대하는 영화의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알차게 200만~300만을 해낼 수 있는 영화들이 더 많아져야 관객의 극장 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 같다. 텐트폴 영화라서 보고, 작은 규모의 영화는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끌리면 우선 보려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
김주형
영화 전문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여서 국내 주요 메인 투자사 12개 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한국영화 투자 검토를 위해 각 투자배급사들의 연간 라인업 정보도 공유 받는데, 확실히 각 사마다 제작·개봉 편수가 줄어든 경향은 있다. 특히 대기업과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작품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신중해졌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제작·개봉 편수가 줄어든 것으로 느낄 수 있는데, 중소 투자배급사들은 극장 관객 70만에서 100만을 타깃으로 하는 중저예산 영화들로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KT와 CJ CGV 등 새로운 투자배급사들이 한국영화 딜소싱을 하고 있어서 어쨌든 전체적인 편수는 비슷하게라도 갈 것 같다. 다만 국내 박스오피스의 축소로 작품당 예상되는 매출 상한선이 낮아진 상황이라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텐트폴 영화 편수가 줄어들 수 있겠다는 견해에는 나도 동의한다.
<웹매거진 한국영화>도 2026년 한국영화 라인업 기사를 준비하는데, 지금 각 투자배급사가 메인 투자는 줄이고 부분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듣고 있다. 2026년 초 확실한 라인업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마 분기별, 시즌별로 그때그때 괜찮은 작은 영화들에 부분 투자로 들어가겠다는 움직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편수가 많이 줄지는 않겠지만 그게 희망적인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김혜선
권미경
텐트폴 영화, 30억대 상업영화,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영화가 재미있으면 된다. <워낭소리>(2009)에 관객이 293만 명이 든 게 어떻게 설명이 되나. <수상한 그녀>(2014)도 개봉 당시에 866만 관객을 동원했는데, 제작비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베테랑>(2015)도 여름 시장 2등 전략으로 갔는데, 천만 영화가 되었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그렇게 된다. 그런 재미있는 영화가 개발이 잘 안 되고 있다. 콘텐츠 투자에 만장일치가 어디 있나? 그렇게 만장일치를 추구하고 안전성만 추구하니까 뭔가 독특한 게 안 나오는 거다. 제작사가 독특한 작품들을 개발하지 못해서 안 나오는 건지, 아니면 타석에 서게 해주는 투자배급사들의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투자배급사들이 자꾸 작품의 에지를 깎게 만드는 얘기들을 계속한다. “대배우 아니면 안 된다”, “대감독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투자배급사들은 큰 영화를 했던 감독에게는 제작비를 크게 쏴준다. 큰 영화를 했다는 게 무슨 개런티도 아닌데. 작은 영화를 했던 감독에겐 그래서 기회가 없다. 대형 작품을 하는 감독들은 그 작품에 걸맞은 신인을 발굴하면 되고, 큰 배우가 신인 감독 작품에도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큰 감독들은 영화가 망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큰 배우들과 해야 한다고 하고, 큰 배우들은 신인 감독과 작업했다가 망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답답하다. 계속 이러면 제작비는 더 높아질 뿐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라고 본다.
| 구분 | 영화구분 | 2025년 1–11월 실적 (점유율) |
전년 대비 증감률 (증감액) |
(참고) 2024년 1–11월 실적 |
|---|---|---|---|---|
| 매출액 | 한국영화 | 4,022억 원 (44.4%) |
-35.0% (2,170억 원 ↓) |
6,192억 원 |
| 외국영화 | 5,045억 원 (55.6%) |
+11.9% (536억 원 ↑) |
4,509억 원 | |
| 전체 | 9,067억 원 | -15.3% (1,634억 원 ↓) |
10,701억 원 | |
| 관객 수 | 한국영화 | 4,181만 명 (45.2%) |
-34.6% (2,216만 명 ↓) |
6,397만 명 |
| 외국영화 | 5,060만 명 (54.8%) |
+9.6% (445만 명 ↑) |
4,615만 명 | |
| 전체 | 9,241만 명 | -16.1% (1,771만 명 ↓) |
11,012만 명 |
(자료=영화진흥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