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낡아도 동료는 새롭다
<전자오락수호대> 엄영식 감독
2026-11-02
글 _ 김혜선(웹진 한국영화 편집장)
사진 _ 강건(한경매거진앤북 기자),
로커스, CJ CGV
“웹툰 감동 더 많은 사람에게”… 진입 장벽 낮춘 원작 초반부 각색
8비트 픽셀·3D 애니 조화, 캐릭터 개성·성장 강조
한국 애니메이션 인식 변화 향한 의지 “그 자체로 선례를 남기는 시도”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임무를 하는 이들이 있다. 누구에게? 게임 세계의 주인공, 즉 게임 플레이어에게. 무슨 임무인데? 게임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 비밀리에 게임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일이다. 회사의 형태로 게임의 세계를 운영하는 비밀 조직이자 “우리가 게임을 지.킨.다. 우리가 게임을 굴.린.다. 스타트, 엔딩에 게임 오버까지 우리가 게임을 만.든.다”고 노래하는 이들. 이름하여 ‘전자오락수호대’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연재된 네이버 웹툰 <전자오락수호대>가 동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났다. 원작자인 가스파드 작가조차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면서 시도 자체를 놀라워했던 작품이다. 이 모험의 결과물은 지난해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퇴마록>(2025)과 웹툰 및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2024)로 한국 극장용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과를 보여 준 로커스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지난 10월 1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가을 개봉 영화들이 쏟아져 적정한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도 힘든 시기,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하 <인어 섬의 비밀>)이 230만을 돌파한 상황(10월 28일 기준)과 비교하면 초반 흥행 상황은 아쉬운 편이다. 하지만 원작의 매력을 잘 살린 각색과 개그 감각으로 오히려 뒤늦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원작 팬들의 애정을 배반하지 않고, 극장판으로서의 매력을 잘 발휘해 보기 드문 여정을 완주한 이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tvN, 2021~2026)에서 세포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엄영식 감독이다. 그가 로커스 스튜디오 내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와중에 보게 된 웹툰 <전자오락수호대>는 그야말로 ‘동반 성장’의 서사였다. 경쟁 심한 회사 내 조직 문화. 부서 간 성과 차이로 인해 처우가 바뀌는 직장인의 비애. 그러나 예측하지 못했던 팀플레이를 통해 맛본 보람과 그로 인해 성장하는 개개인의 모습. 그 모든 것이 <전자오락수호대> 안에 있었다. 역시 직장인으로 꾸준히 경력을 쌓은 엄영식 감독의 연출은 그래서 <전자오락수호대>의 세계를 게임과 웹툰을 좋아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좁히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을 ‘사람 사는 이야기’로 보게 만든다.
처음 보는 관객을 위한 입구
잘나가는 ‘모바일 게임 부서’의 에이스 패치(김다올) 대리가 게임 중인 플레이어에게 존재를 들킨다. 있을 수 없는 일, 누군가 만든 함정이 분명하다. 회사는 패치 대리에게 보안 유지를 어긴 책임을 물어 파리 날리는 ‘고전 게임 부서’로 인사이동을 명한다. 회사 최고의 에이스는 이제 고전 게임 부서의 한물간 게임 ‘용검 전설’을 운영하는 팀원들과 함께 주인공 용사(김서영)를 도와야 한다. 좌충우돌 끝에 게임의 엔딩까지 용사를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은 패치 대리가 고전 게임 부서 팀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의 서막이 애니메이션 <전자오락수호대>에서 펼쳐진다.
웹툰 <전자오락수호대>는 글로벌 3.4억 뷰에 달하는 팬덤이 있는 작품이지만, 엄영식 감독의 주변에서는 의외로 <유미의 세포들> 애니메이션 작업 때 경험했던 것보다 원작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독특한 세계관 때문에 진입 장벽이 있었다. “주변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웹툰으로 인식하고 있더라. 그래서 열심히 취재했다. 왜 호이고 왜 불호인지.” 작정하고 각색을 하면서는 “내가 느꼈던 원작의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도록, 애니메이션을 보고 다시 웹툰을 찾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극장판은 200회차가 넘는 원작의 방대한 분량 가운데 첫 화부터 30회차 정도 분량에 해당하는 ‘약초마을’ 에피소드까지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팬들이 가장 사랑한 에피소드’를 골라 시각화하기보다 ‘처음 보는 관객을 위한 입구’를 만들어 주기로 한 셈이다. “패치는 처음엔 누구도 믿지 않는다. 항상 모든 일을 혼자 해 왔다. 고전 게임 부서에 가서 답답한 마음에 일을 잘해 보려다 더 망치게 되면서 오히려 동료가 생긴다. ‘용검 전설’의 용사와 고전 게임 부서의 인턴 퍼블리(김연우) 등을 만나고 모험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세계관을 다 설명할 수 있고 패치에게 처음 동료가 생기는 시기가 약초마을 에피소드까지다. 그쯤에서 끊어 주는 게 극장판으로서 최적의 구간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속편이 나올 수 있다면 재밌고 멋지게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엄영식 감독의 설명이다.
패치가 고전 게임 부서로 좌천되는 과정도 웹툰에 비해 훨씬 설명이 간략한 오프닝으로 만들어졌다. <퇴마록>에서 엿보이듯 제작사 로커스 스튜디오 특유의 훤칠한 3D 캐릭터에서 짜리몽땅 8비트 픽셀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패치의 모습은 엄영식 감독의 말마따나 “소위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비주얼로 한 번에 느낄 수 있게, 그래서 패치의 감정을 단숨에 공감하게” 한다. 패치가 픽셀 캐릭터가 되어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치트(신용우)와 마주섰을 때는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3D와 픽셀이 한 화면에
극장에서 만나는 <전자오락수호대>의 흥미로움 가운데 하나는 8비트 픽셀과 3D 애니메이션의 조화, 즉 한 화면 안에 두 질감을 공존케 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고전 게임 부서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때 캐릭터들을 이루는 픽셀이 잘 살아 있는 느낌은 추억을 부르면서도 쨍하다. 엄영식 감독의 표현처럼 “한 끗 차이로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도 있고, 저화질 영상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픽셀 크기를 정밀히 계산한 결과다.
TV나 모바일로 볼 때의 픽셀 크기와 극장의 스크린으로 보는 픽셀의 크기는 당연히 큰 차이다. “스크린에서 픽셀 크기가 너무 커지면 가독성에 문제가 생기고, ‘저게 무슨 그림이지?’ 하면서 관객의 집중력이 툭 끊어지게 된다. 그래서 픽셀을 현재의 크기로 줄였다.” 엄영식 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웹툰과 너무 똑같으면 처음에는 ‘우아!’ 하고 좋아하더라도 과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이 무엇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서도 애니메이션만의 표현력을 찾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고전 게임 부서의 세계에서 배경과 캐릭터를 모두 2D 픽셀로 표현했을 때는 카메라가 조금만 움직여도 픽셀 화면이 지글거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어쨌든 보기 편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제작진은 고전 게임 세상의 배경은 3D, 캐릭터는 2D 픽셀로 만들었다. 이 믹스매치가 가장 스펙터클하게 표현된 액션 신이 용사가 약초마을에서 레이저와 미사일 세례를 뚫고 산 정상으로 향하는 신이다. 용사가 게임의 아이템인 갑옷을 계속 갈아입고 포션을 마시며 전진할 때 온갖 임팩트까지 터지는 화면은 짜릿한 상승감을 준다.
엄영식 감독은 “제작하기 정말 까다롭고 어려웠던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한다.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예고편만 보고 그 화면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한계’라고 비난했던 이들에게는 “한계가 아닌 콘셉트”임을 강조하면서. “용사는 12FPS의 매우 적은 프레임으로 움직이는데, 용사에게 날아오는 미사일들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게임에서 온 사물들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프레임 수가 다른 종류의 것들이 한 화면에 섞여 있고, 픽셀의 지글거림 때문에 카메라를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두 가지 제약 안에서 장면의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덧붙였다.
편견 없는 플레이어가 바꾸는 세상
<전자오락수호대>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캐릭터다. 엄영식 감독도 웹툰을 읽으면서 “언젠가 어디에서든 만나고 싶은 인물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패치 대리의 캐릭터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고. 처음엔 완성된 버전보다 감정 기복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지만, 내부 시사 이후 회사 내에 암약하던 <전자오락수호대> 팬들이 “이건 아니지 않냐”면서 출몰한 이후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캐릭터들의 목소리 톤을 잡는 데도 매우 공을 들였다. 애니매틱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서 목소리와 음악을 넣고 내부의 피드백을 거쳐 전문 성우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교한 목소리 편집 과정인 ‘템프 보이스 녹음’을 엄영식 감독이 세세하게 직접 했다. 다양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톤을 잡은 목소리를 들은 성우들은 감독에게 지지 않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녹음했다고. 그렇게 패치 대리와 치트, 용사, 전서구(엄상현), 퍼블리 등의 목소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극 중에서 ‘용검 전설’이 시작된 이래 처음 보는 유형으로 고전 게임 부서 팀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용사 캐릭터도 눈길이 간다. 그를 깨우는 할아버지가 “깨어나라 용사여!”라고 불러도 냉큼 일어날 줄을 모른다. 부스스 깨어난 후에도 “흑룡의 부활과 사교를 막기 위해 용검을 찾는 모험을 떠나야 한단다!”라는 말에 이렇게 대꾸한다. “흑룡이 부활 좀 하면 안 되려나?” 당황한 할아버지가 “어…그 흑룡은 과거에 세상을 파멸시킬 뻔했단다. 그러니 다시 깨어나면 세상이 또 위험에 빠질 수 있겠지?”라고 하자 용사가 또 이런다. “왜 그랬는지 흑룡한테 물어봤어?”
<전자오락수호대> 가스파드 작가 인터뷰 영상
원작자 가스파드는 용사에 대해 “비디오 게임을 처음 해 보는 어린아이가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다. 선입견과 편견이 없어서 악당은 무조건 싸워서 때려잡아야 한다는 생각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엄영식 감독은 그 피드백을 통해서 “쉽게 단정 짓고 혐오하는 일이 많은 세상에서 이런 인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면서 “어른 중에서도 분명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니까. 그래서 용사 역의 성우분께도 귀엽지만 너무 아이 같기만 하지는 않은 목소리를 요청했다”고 말한다. 용사의 천진함과 소년성, 그리고 오랜 시스템을 혁신하는 낙천적인 정의로움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즐거움을 한층 키운다.
용사가 첫 번째 관문에서 처단해야 하는 ‘빌런’ 들개들은 엄영식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을 이입한 캐릭터다. 턱없이 부족한 월급을 받고 ‘열정 페이’를 지불하던 조감독 시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꿈은 이뤘지만 그 외엔 아무 선택권이 없어 이직을 고민하던 시절, 결국 모든 게 내 잘못이라 여기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가 생기고 지금의 회사를 다니며 야근을 당연시하지 않게 된 과정이 들개들에게서도 보였다.
늘 용사를 공격하고 용사에게 결국 두들겨 맞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큰 비애를 느끼던 들개들은 <전자오락수호대>가 지닌 ‘사회적 그늘’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이다. 오래된 게임의 규칙과 달리, 새로 찾아온 용사가 함께 놀고 칭찬해 줄 대상으로 바라보자 들개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깨닫는다. 시스템은 바뀔 수 있고 구성원은 변화할 수 있다. 원작과 다르게 들개들이 약초마을에서 목숨 걸고 용사를 산 정상에 오르도록 도와주는 장면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엄영식 감독은 빌런 들개들의 ‘사회적 그늘’을 걷어준 용사 같은 인물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찾아서
<전자오락수호대>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의 로커스 스튜디오는 네이버 웹툰의 자회사였다. 엄영식 감독과 스태프들은 웹툰 연재의 맛을 살려 시리즈로 갈 생각이었다. 공개 목표도 2024년이었다. 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아동용으로만 인식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과의 협상은 어려웠다. 플랫폼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은 낡은 게임의 규칙과도 같았다. 차라리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명확하게 포지셔닝을 하고 <전자오락수호대>가 아동용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매력적인 극장판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향이 서기까지, 엄영식 감독은 1년간 아동용 TV 시리즈 <히트레이서>(SBS, 2025~2026)를 연출하며 때를 기다렸다.
배급은 로커스와 CJ CGV가 함께 맡았다. 그러나 실사영화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포화 속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스크린을 확보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미 국내에서도 인기가 탄탄한, 나가노 원작의 일본 만화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이하 <먼작귀>)의 애니메이션 버전인 <인어 섬의 비밀>의 개봉 시기를 살짝 피했지만, 그 영향을 피해가는 것은 어려웠다. 천만 외화 <오디세이>의 장기 흥행이 보여준 뒷심도 거셌다.
<전자오락수호대>는 포털에서, <먼작귀>는 SNS에서 연재된 작품이고 둘 다 각각 충성도 있는 팬덤이 있다. 다만,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국산 IP와 검증된 수입 IP가 보여준 흥행의 엇갈림은 여러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인어 섬의 비밀>이 소장욕 높이는 굿즈와 밈으로 형성된 오랜 인지도에 소비 화력이 강한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면, <전자오락수호대>는 여성보다 남성 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인어 섬의 비밀> 외에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2025)이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2025)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캐릭터 중심 마케팅을 한다면, <전자오락수호대>는 팬과 창작자를 연결하는데 더 무게 중심을 둔다. <인어 섬의 비밀>의 치이카와는 존재 자체의 귀여움이 표면적으로 큰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전자오락수호대>는 작품을 보고 나서야 패치, 치트, 용사 캐릭터에 흥미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인지도 있는 원작을 애니메이션화 하더라도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것은 새로운 게임을 론칭하는 것과 같다.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을 보는 것이 ‘트렌드’라고 여기는 젊은 세대에게 한국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다가가야 할 것인가. 엄영식 감독과 로커스 식구들의 큰 숙제로 남아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 속에서 <전자오락수호대>는 원작 팬과
창작자를 잇는 방식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존재 자체가 선례가 되도록
엄영식 감독은 “일본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엄청나게 밀어준다. 우리도 물론 예전보다 환경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조금 더 마이너한 장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일본은 TV 시리즈로 시작해서 인지도와 인기를 얻은 다음 극장판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가능한 나라다. 대부분 TV 시리즈만으로도 제작비 회수가 가능하니까. 한국에서는 TV 시리즈를 방송국에 판매하더라도 제작비가 회수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대부분 부가 사업을 해야 하고 무조건 완구 회사가 껴야 한다. 그러나 완구 판매도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또봇> 시리즈(2010~)나 <헬로카봇> 시리즈(2014~) 같은 성공 사례도 오랜 과정을 거쳐 이뤄낸 것이다. 엄영식 감독은 “그런 한계 때문에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OTT와의 관계에 눈을 돌리지만 그 또한 OTT에 선택권이 있지 않나. 해외 OTT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급을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처럼 극강의 퀄리티가 아닌데 비싸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택하려고 한다”며 업계의 상황을 전한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위치한 애매한 포지션, 아동용으로만 여겨지는 인식을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로커스 애니메이션만의 장르와 타깃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 기획력과 뚝심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제작비 80억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전자오락수호대>가 “그 자체로 선례를 남기는 시도”라는 엄영식 감독의 말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다. 매끈한 3D와 픽셀 캐릭터를 한 화면에 조화시키고, 치고 빠지는 유머와 신나는 속도로 관객을 엔딩까지 몰고 가는 짜릿함이 크다.
포기는 이르다. 지난해 50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퇴마록>의 속편 <퇴마록 2: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2027년 개봉 예정)를 작업 중인 로커스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 <전자오락수호대>의 속편을 만들 날도 기다려 볼 일이다. 한국 상업 애니메이션의 인식을 바꾸고 싶은 용사 형 플레이어, 엄영식 감독의 게임은 계속 되어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