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공간 안에서 입사 지원자 6명의 심리전을 그린 <최종면접>
(제공=NEW)
스케일 줄이고 체험감 높였다
초밀착 고밀도 장르영화
생존 공식
2026-11-02
글 _ 나원정(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폐탄광·불투명창 세트로 CG 없앤 초저예산 제작
합숙소·면접장·폐역을 ‘게임 스테이지’로 바꾼 코미디·스릴러
관객을 ‘플레이어’로… 테마파크형 장르영화 흐름
한정된 공간에서 웃음과 긴장의 밀도를 높인 신작 한국영화가 늦가을 극장가를 잇따라 찾아온다. 10월 21일 개봉한 <실낙원>은 종교적 광기를 미스터리·공포로 풀어온 연상호 감독이 폐탄광을 무대로 인공지능(AI) 시대, 모성의 근원적 공포를 새겨낸 작품이다. 이어 10월 28일 개봉한 <수능, 출제의 비밀>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출제위원들의 출제를 위한 40일간 합숙 생활을 그린 코미디다. 11월엔 여섯 명의 입사 지원자들이 극한 심리전을 치르는 <최종면접>(11월 4일 개봉), 폭설로 고립된 기차역에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는 <폭설>(11월 18일 개봉)이 관객을 찾는다.
어떤 영화인지 단번에 파악되는 쉬운 제목과 하이 콘셉트 로그라인도 공통점이다. 적게는 순제작비 5억 원(<실낙원>)부터 최고 75억 원(<폭설>)까지 투입한 중저예산 영화들이다. 세계관을 넓힌 블록버스터라고 마냥 환영받지 않는 뉴노멀 시장에서, 규모보다 밀도로 승부한 영화들의 셈법을 들어봤다. 공간의 제약은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무기이자, 촬영 회차를 50회차 이하로 줄여 제작비 절감 효과까지 챙긴 일거양득 생존법으로 작용했다.
<실낙원> “1순위 미션이 폐탄광 섭외였다”
개봉 닷새 만에 10만 관객을 넘긴 <실낙원>은 <얼굴>(2025)에 이어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가 선보인 두 번째 저예산 영화다. 9년 전 아들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고로 잃은 류소영(김현주)은 어린 아들의 AI 아바타로 마음을 달랜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 선우(배현성)가 낯설어진 모습으로 돌아오자 그는 혼란에 빠진다.
<실낙원>은 ‘<부산행>(2016) 감독 연상호’의 명성 덕에 개봉 전 전 세계 118개국 선판매를 통해 순제작비 5억 원을 전액 회수했다. 국내 개봉 손익분기점이 0원이니, 흥행은 예고된 수순. 이를 가능케 한 초저예산 제작 방식이 기획 당시만 해도 난제였다.
<얼굴>은 2억 원대 순제작비를 투자해 10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현장 운영의 어려움도 있었다. <실낙원>은 콘티와 프리 비주얼, 추가 장비, 인력 등을 최소화하되 제작 부문별 스태프 수를 <얼굴>보다 한 명가량씩 늘렸다. 지분 구조도 개편했다. 그 대신 최단 기간 제작을 목표로 했다. <염력>(2018)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안승호 프로듀서는 “프리 프로덕션 1개월, 프로덕션은 3주 내에 무조건 끝낸다는 계획이었다. 그런 정신으로 뭉쳐 누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예산상 1순위로 착수한 게 폐탄광 섭외”다. 극 중 가상공간인 무산시는 석탄 탄광이 문을 닫고 쇠락한 소도시다. AI 기술로 급변하는 시대에 <실낙원>이 들여다본 인간의 깊은 어둠, 곧 ‘심연’이 폐쇄된 갱도의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표현된다. 캠핑스쿨 버스와 함께 통째로 실종됐던 아이들 중 일부와 가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곳도 폐탄광이다. 제작진은 대한석탄공사 협조로 후보지 3곳 중 강원도 정선·태백 지역의 폐탄광을 택했다. 최근까지 운영돼 100m가량 깊이까지 들어가도 안전했기 때문이다. 탄광과 함께 비어버린 폐아파트 단지, 광부들의 공간 등 일대를 모두 활용했다. 돌아온 아들이 불길한 발걸음을 하는 탄광 4번 출구, 갱도 구간 등을 실감 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소영이 AI 아들과 주로 머무는 집 내부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세트장이 마침 한 달간 빈 타이밍이 있어 저렴하게 지어 촬영했다. 통상 세트부지는 영화 한 편당 4~5개월간 빌리지만, <실낙원>은 촬영 기간을 타이트하게 잡아 제작비 절감에 여러모로 도움 됐다. AI 소재 영화지만, 후반 작업 최소화를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이 들어갈 만한 여지를 없앴다. 집 세트 창문도 외부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창으로 처리했다. 창밖이 보일 경우 모두 CG컷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폐쇄적 공간 묘사가 도리어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을 9년 만에 낯선 모습으로 다시 만난 ‘싱글맘’ 소영의 고립감을 높였다. 스마트 고글을 쓰고 AI 아들을 마치 살아 있는 아들인 양 대하는 그의 모습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듯한 효과도 극대화됐다. 무산시청, 경찰서, 트랜스 휴먼사 등은 실제 빌딩과 관공서 건물을 활용했다.
안승호 프로듀서는 이처럼 발품을 판 노력에 더해, 무엇보다 여러 전작에서 손발을 맞춰본 ‘연니버스’ 제작진이 다시 뭉쳐 “예산보다 풍족한 그림을 뽑을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이 집계한 10월 27일까지의 <실낙원> 관객 수는 12만1천600여 명이다.


실제 폐탄광 섭외, CG 작업 최소화로 초저예산 영화를 완성한 <실낙원>(제공=CJ ENM)
코미디로 들춘 금단의 영역, <수능, 출제의 비밀>
<수능, 출제의 비밀>과 <최종면접>은 제작의 구심점이 된 소재 자체에서 특수한 공간 배경이 따라온 경우다. 두 영화 모두 이런 제한된 공간을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는 ‘게임 스테이지’처럼 활용했다. 예산의 제약이 큰 만큼 프리 프로덕션에도 만전을 기했다.
장르부터 ‘미션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수능, 출제의 비밀>은 동명이인으로 오인돼 얼떨결에 수능 출제 본부에 합류한 지방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이 40일간 수능 출제 미션에 뛰어드는 내용. S대 출신 ‘고인물’ 출제위원들이 가득한 본부에서 맹보람은 열정 과다 초짜다운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여기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는, 코 푼 휴지 한 장도 2급 국가기밀”이라고 할 정도로 베일에 가려온 수능 출제 과정의 시시콜콜한 속살이 그의 좌충우돌 소동극으로 드러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각본을 쓴 이용재 감독이 4년여 전 사석에서 실제 수능 출제위원의 경험담을 듣고 착안한 상업 감독 데뷔작이다.
문제 검토에 일주일, 시험지 인쇄에 보름이 걸려 실제 수능 출제에 주어지는 시간은 정작 20일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이런 긴박한 상황을 출제위원 합숙소를 배경으로 펼쳐낸다. 과거 수능 출제는 주로 공공기관 연수원, 대형 리조트 등에서 이뤄졌다. 그에 맞춰 쓴 시나리오엔 숙소와 회의실, 구내식당, 강당, 사우나탕 시설까지 다채롭게 등장한다. 세트로 짓기엔 빠듯한 순제작비 30억 원 규모. 이용재 감독은 가장 자주 등장하는 회의실 세트만 제대로 지어도 3억 원 가까이 드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전국 로케이션을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발견한 전북 무주 태권도원은 과거 공무원 시험 출제 합숙소로 이용됐던 곳. “실제 수능을 출제해도 좋을 만한 공간”이라는 이용재 감독은 “민가에서 도보 30분 떨어진 외진 시골이란 것도 장점이었다”며 “관객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할 만한 영화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35회차 촬영 중 야외 세트를 활용한 옥상 냉각탑 장면을 제외하고, 31회차를 태권도원에서 찍었다.
예산의 부담은 덜었지만, 촬영은 쉽지 않았다. 출제위원들의 회의 장면에선 벽과 천장을 떼어낼 수 있는 세트장이 아니라 사방이 콘크리트 벽에 막힌 회의실 공간에 10인의 배우와 촬영·녹음 스태프까지 들어가야 했다. “만원 버스”(이용재 감독)를 방불케 한 현장에서 일부 출제위원의 난투극도 찍었다. 촬영·무술팀이 회의실 사이즈를 측정해가며 합을 짰지만, 막상 촬영 당일 흥이 오른 배우들의 동선을 카메라가 쫓아가기 어려웠다. 즉석에서 핸드헬드로 전환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몸 쓰는 데 서툰 먹물들의 개싸움’과 당황하며 말리는 사람들의 요지경을 한층 현장감 있게 담을 수 있었다. 진동이 심한 순간은 후반 단계에서 시각특수효과(VFX)로 교정했다.
캐스팅도 적중했다. 흡사 연극 무대 같은 로케이션에서 실제 극단 운영까지 했던 배우 유재명 등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이 활약했다. 이 베테랑 선배들이 주고받는 즉흥연기에 주연 이선빈은 “나만 다른 시나리오를 받은 건가” 고민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선빈 역시 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로 입증해온 순발력과 말맛을 발휘했다.
코미디 장르에 중요한 팀워크는 선물처럼 따라왔다. 로케이션인 태권도원에서 배우·스태프의 숙박, 구내식당에서 식사까지 해결하게 되면서다. 이용재 감독은 “이동시간을 줄인 데다, 배우들이 실제 출제위원처럼 갇혀 지내며 감정선을 정리해갈 수 있었다”면서 “데뷔 감독 입장에서 배우, 스태프들과 촬영 이외의 시간까지 동고동락하며 교감하는 게 쉽지 않은데, 로케이션 덕을 봤다”고 말했다. 닫힌 공간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기 위해 후반 단계에서 편집과 음악으로 빠른 호흡, 리듬감도 살렸다.


과거 공무원 시험 출제 합숙소로 이용됐던 외진 곳 등 실제 로케이션 활용으로 생생함을 더한 <수능, 출제의 비밀>(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링 위의 취준생들, <최종면접>
그런가 하면 <최종면접>은 요즘 유행하는 생존 예능 플롯을 서사에 반영한 전략이 엿보인다. 관객에게 익숙한 대기업 채용 면접 과정을 배경으로, 5천 대 1 경쟁률(생존 확률)을 뚫고, 제한 시간 2시간, 다섯 번의 투표로 단 1명의 최후 합격자를 가려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했다. <쩨쩨한 로맨스>(2010), <탐정: 더 비기닝>(2015)의 각본·연출인 김정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기록적 취직난 속에 최종면접에 오른 단 여섯 명의 지원자(조이현·김재원·신승호·강유석·곽동연·배강희)가 전원 합격을 꿈꾸며 준비한 최종 관문, 바로 팀 토론에서 ‘누가 최종 합격해야 하는가’란 주제를 부여받는다. 이야기는 진흙탕 폭로전으로 태세 전환되면서, 의심과 혼란이 소용돌이친다. 바로 이 최종 면접장이 생존 게임의 주 무대다.
<최종면접>은 40억 원대 순제작비와 2030세대 취업난을 다룬 작품 성격에 맞춰 주연 배우뿐 아니라 키 스태프도 역량 있는 신진을 기용했다. 이를 통해 보다 합리적으로 예산을 운용하고, 현장에 더 신선한 아이디어, 역동성을 불어넣었다고 투자·배급사 NEW 측은 자평했다.
사전 준비 단계부터 예산 변수를 원천 차단하는 데에 만전을 기했다. NEW 투자제작팀 전솔아 과장은 “기상 상황 등 현장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메인 서사의 90% 이상을 실내 장면으로 계획했다. 야외 촬영 시에도 대체 촬영안을 구체화해, 한 회차도 무산 없이 정해진 기간 내 프로덕션을 완수했다”고 전했다.
배우·스태프가 촬영 동선과 호흡을 맞춰본 사전 리허설도 촬영 속도를 끌어올렸다. 예능 촬영처럼 다각도 카메라를 동시 운용해 인물들의 미묘한 표정을 놓치지 않고, 반복 촬영을 줄였다. 일상적 구도를 벗어나 다채로운 카메라 배치를 위해 면접장의 주요 테이블, 보드판을 투명 소재로 제작했다. 이처럼 시선이 전면 개방된 밀실이란 독특한 공간 설정으로 시각적 긴장감을 구현했다.
<최종면접>에서 관객은 처음엔 ‘링 위’에 갇힌 지원자들을 폐쇄회로TV(CCTV)로 지켜보고, 지령을 던지는 면접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쫓게 된다. 차차 이런 밀착 화면을 통해 지원자 각각에 자신의 상황을 투영할 거란 계산도 깔려 있다. 4D·스크린X 등 몰입형 특수상영관, 방탈출게임 등에 열광하는 실제 20~30대 관객이 타깃이다.


전면 개방된 밀실, CCTV 밀착 화면을 통해 시각적 긴장감을 구현한
<최종면접>(제공=NEW)
고립된 기차역과 의문의 시체, <폭설>
관객이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진실을 추적하는 ‘체험형 서사’는 홍의정·박선우 감독의 <폭설>에서도 드러난다. 외딴 시골 기차역에서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김윤석)가 새로 온 후임 현택(구교환)을 맞는다. 인수인계 중 하필 선로 위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도 폭설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 서로를 향한 의혹은 커져간다.
<폭설>을 제작한 루이스픽쳐스는 갓난아기를 둔 신혼부부의 육아 스트레스를 아파트 무대의 초현실 공포에 담은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잠>(2023), 홍의정 감독이 유괴 사건을 블랙유머로 비튼 데뷔작 <소리도 없이>(2020) 등으로 소수 인물 간 공포와 트라우마를 심리적 블록버스터로 빚어내는 걸출한 신인 창작자를 배출해왔다. <폭설>은 루이스픽쳐스 김태완 대표가 눈여겨본 연극 대본에서 출발했다. 김태완 대표는 “소수의 인물, 특정 기차역 주변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데, 이야기가 예상 못한 방향으로 장르까지 바꿔가며 전환되는 점이 뇌리에 남았다”고 말한다.
물리적 측면에서 예산 운용에 유리한 작품이란 계산도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의 강력한 몰입감이 영화화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순제작비 75억 원 내에서 기차역 내외부의 오픈 세트와 실내 세트를 소화했다. 가상의 기차역 설오역은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폐역에 미술 작업을 해 야외 세트를 마련했다. 2024년 초 크랭크인했던 당시 눈은 CG 처리를 계획했지만, 첫 촬영 날, 첫 컷부터 하늘에서 거짓말처럼 눈이 쏟아졌다. 영화 속 상당수 폭설 장면이 자연적으로 눈이 내린 날 촬영됐다.
이 역에서 수십 년을 지내 온 갑수에게 기차역은 그의 내면이 외연화한 공간이기도 하다. 열차가 끊긴 깊은 산속 폐역이라, 제작진은 숙소에서 단칸 수송 열차로 30~40분 거리의 촬영지로 출퇴근했다. 눈길용 특수 신발도 필수였다. 배우들도, 제작진도 폭설의 고립감에 젖어들었다. 관객이 엔딩에서 대립하는 두 주인공 모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만드는 것이 서사적 목표였다. 김태완 대표는 “이야기의 밀도를 최대한 높이는 선에서 가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말한다.


실제 눈 내린 날 촬영, 강원도 춘천의 실제 폐역을 야외 세트로 만들어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인 <폭설>(제공=쇼박스)
기획 유효기간 짧아지고 체험감 중요해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감정적 전달에 충실한 영화가 극장에도 통했다면, 요즘은 OTT가 더 값싸고 효용 높은 콘텐츠로 그 자리를 차지했다. 김태완 대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극장은 이제 테마파크화됐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귀신의 집을 통과하는 듯한 장르영화가 주를 이룬다”면서 “OTT만큼의 감정적 경험에서 나아가 밀도 높은 물리적 체험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테마파크형 영화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도드라진다. 해외 사례론 올여름 개봉한 미국 공포영화 <백룸>이 있다. 신인 감독 케인 파슨스가 유튜브에서 인기 끈 자신의 웹시리즈를 장편영화화한 작품이다. 사방이 직사각형인 극장 스크린에서 관객은, 직사각형 복도를 헤매는 주인공의 현실에 들어간 듯한 착시를 느꼈다. 지난해 45만 관객을 동원한 일본영화 <8번 출구>(2025)도 동명 공포게임을 토대로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철역 지하도에 갇힌 남자의 탈출 미션에 관객을 끌어들였다.
<최종면접>이 ‘밀폐형 심리 서스펜스’를 표방하며 관객을 제7의 면접 지원자로 설정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이런 관객 성향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NEW 홍보마케팅팀 박민지 과장은 “최근 극장 상영작에선 관객이 명확한 규칙 안에서 능동적인 ‘플레이어’가 되어 상황에 과몰입하는 구조가 관람의 핵심 동력이 되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능, 출제의 비밀>처럼 짧은 영상, 빨리 돌려보기에 익숙한 관객의 호흡을 고려해 상영 시간을 100분 이내로 단축하고 편집 속도를 높인 중저예산 영화도 적지 않다. 기획의 유효기간도 짧아졌다. 안승호 프로듀서는 “6개월만 지나도 식상한 기획이 된다”면서 “<실낙원>도 시대 흐름에 맞춰 기획부터 개봉까지 단기간 내 빠르게 운용한 게 작품의 힘이 됐다”고 짚었다.
서사에 물리적 제약을 활용해, 제작 효율과 극적 밀도를 높인 하이 콘셉트 제작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솔아 과장은 “제한된 시공간과 한정된 인물로 극을 이끄는 ‘초밀착, 고밀도’ 장르에서는 무엇보다 관객의 호기심을 단번에 사로잡는 명확한 장르적 설정, 인물 사이의 미묘한 관계성과 대립 구도를 촘촘하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백룸> <옵세션> 등 하이 콘셉트 저예산 공포가 각광받는 할리우드에선 최근 공포의 무대를 거대한 고래의 뱃속으로 밀어 넣은 <웨일폴: 고래에 먹힌 남자> 같은 영화까지 나왔다. 지난 9월 크랭크인한 송정우 감독의 블랙코미디 <1301호는 알고 있다>도 이런 흐름을 잇는다. 서울의 한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의문의 시체를 발견한 3선 국회의원(정성화)과 그 비서(한예리), 충성심과 출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보좌관(이규형) 등이 돌이킬 수 없는 소동에 휘말린다.
<실낙원> 제작기 영상